성직자 노후 ‘공적복지 시스템’으로 들어와야

가톨릭은 ‘성직자 노후복지’가 다른 종교에 견줘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고 평가받는다. 서울 대교구의 경우 2015년 12월 말 846명의 교구 사제 전체가 국민연금에 가입돼 있다. 이는 1997년부터 이 교구가 하나의 사업장 형태, 즉 특례가입 사업장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즉 서울 대교구가 사업주이고, 소속 신부는 사업장 가입자가 된 것이다.

따라서 이 교구와 신부는 일반 직장의 근로자처럼 9%의 연금보험료를 각각 4.5%씩 균등부담해 납부한다. 이때 적용되는 월 기준소득은 생활비 명목으로 지급되는 월 160만~250만원이다. 이는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근로소득세와 건강보험 등 다른 사회보험료의 원천징수 대상이기도 하다.

고령의 성직자는 노후에 국민연금을 수령하는 것 이외에도 사제공제회가 다달이 지원하는 별도의 지원금을 받는다. 이 재원은 은퇴 전 각 사제가 납부한 사제공제회비(월 2만~4만원)와 여기에 매칭해 각 교구가 납부하는 월 10만원으로 조성된다. 가톨릭은 건강보장도 공적 건강보험제도와 연계해 해결한다. 질병 치료 때 발생하는 본인부담금은 사제공제회를 통해 교구가 지급한다. 사실상 무상의료인 셈이다. 주거도 보장되는데, 최근 고령의 신부가 늘면서 개인 주택 지원에서 공동시설 지원으로 지원 방식이 바뀌었다.

전문가들은 성직자에게도 보편적인 노후복지를 보장하기 위해선 가톨릭과 같이 국가의 공적 노후복지제도를 먼저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민연금을 기본으로 노후복지의 틀을 짜라는 권고다. 하지만 이렇게 하기 위해선 전제가 필요하다. 바로 보험료 부과 기준이 되는 월 기준소득이 책정되고 이 경우 소득세도 납부해야 한다.

가톨릭을 제외하고 성직자 대부분이 국민연금 당연 가입 대상인데도 그 적용률이 낮은 데 대해 전문가들은 “성직자 중 대다수가 일반 국민과 달리 근로기준법이나 소득세법의 적용을 받는 전형적인 근로자로 분류되지 않고, 소속된 종교단체 역시 당연 적용 사업장으로 가입돼 있지 않기 때문”이 중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소득신고와 소득세 납부를 꺼리는 성직자들의 태도도 또 하나의 요인이다. 사업장 가입자로 일률적으로 가입이 어렵다면 개별적으로 지역가입자로서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가 있다. 하지만 많은 성직자는 학생이나 군인, 전업주부처럼 소득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내세워 납부 예외자로 분류돼 여기서도 이탈한다.

이런 상황은 근본적으로 성직자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얻는 소득이 과세 대상이 아니고, 국민연금 제도에서도 이를 보험료 부과 대상으로 명확히 규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영국에선 성직자의 노후소득보장도 철저히 과세와 공적 복지제도의 틀 안에 이뤄진다. 일반 국민과 똑같이 노후복지의 중심은 공적연금이며, 종교단체의 자체적인 노후복지대책은 보충적인 기능을 할 뿐이다. 예컨대 미국의 성직자들은 자영업자 자격으로 공적연금인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노인, 유족, 장애인 연금보험(OASDI)’에 당연 가입된다. 추가로 교단에서 운영하는 퇴직연금을 보완적으로 들 수는 있다.

우리나라도 2018년부터는 종교인도 과세 대상이 된다. 하지만 이 조처만으로는 여전히 성직자들의 연금 가입 확대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 성직자에 대한 소득이 국민연금 보험료 부과 대상 소득, 즉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분류될 것이어서 보험료 징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연구원의 유희원 박사는 “가톨릭처럼 다른 종교단체도 하나의 특례가입 사업장으로 적용하도록 하는 게 현실적 대안으로 보인다”며 “종교단체들이 적극적으로 특례 사업장 형태로 가입하도록 할 구체적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